빙의haunting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육화하지 않은 혼discarnate soul‘이 특정한 사람을 훼방하는 것, 둘째 특정한 장소의 팽배한 기운conditions에 기인하는 것이 있다. 조금이라도 예민한 사람이 그곳에 가면 영향을 받게 된다. 무감한 사람이라면, 영향력이 유난히 강한 장소 외에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약간의 사이킥 기질만으로도 빙의를 감지할 수 있다. 어린아이나 켈트인Celts, 유색인종 등이 혼의 훼방으로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편 둔감한 북유럽 사람들은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보다 더 무감한 경우를 꼽자면 기운차고 물질적이며 의심 많은 라틴계 사람들이다.
생명에의 집착
우선 육체 없는 혼이 훼방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내가 ‘공격attack‘이 아니라 ‘훼방interfer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공격이 있어야 교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구조자에게 힘껏 매달려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악의malice만으로도 교란이 유발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영존재는 내면세계inner world에서 나름 곤궁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후세계에 대해 너무 몰라서, 그토록 필사적으로 생명에 매달리는 것이 해악스럽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영적인 가르침을 널리 퍼뜨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고의적인 악행보다는 이처럼 공포에 질려 매달리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생각된다. 이 때문에 배우자를 잃은 후 살아남은 반쪽은 매우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 더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오컬트 지식은 있으나 세속적인 욕망 탓에 지상에 강하게 구속된 혼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육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희한한 형태의 라포르를 동원한다.
오컬트 또는 영성주의 문헌 중에는 이들 ‘아스트랄 훼방’의 두 가지 유형에 대한 예시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여기서도 나는 직접적 경험으로만 국한하려 한다. 문헌의 사례를 인용하는 대신 참고 문헌에 해당 서적의 리스트를 게재하도록 하겠다.
사례: 자발적 빙의로 비극을 자초하다
지인 하나가 오래 투병하던 남편을 잃었다. 남편에 대한 애착이 심했지만 그녀가 잘 극복하리라고들 생각했다. 사실 그 남편은 수년간 알코올에 중독되어 지냈으며 장기간 모르핀을 대량투여해 중독된 상태로 앓다가 죽었다. 몹시 악의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마지막 투병기간동안 자리보전을 하자 부인 눈에는 딴사람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부인이 그를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일 없이 죽자, 곧바로 ‘가족의 수호성인the family saint‘를 삼았다.
그녀는 오컬티즘, 명상, 그리고 마스터 초환invoking the Masters에 관심이 있었다. 다들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과 ‘사이킥접촉’을 시도하여 수호자로서 그를 초환했다. 여느 세속적 사람들처럼 임종의 순간이 가까워지자 필사적으로 목숨에 매달렸던 사람을 불러낸 것이다. 다행히도 부인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여 남자의 시체는 화장했지만, 남편이 죽어간 요양원에서 소지품을 모두 가져오더니 자신의 침실에 보관했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 없었다. 작은 제단을 만들고 그의 사진을 건 다음, 여기 집중하여 명상을 했다.
물론 남편의 마지막 길은 길고 괴로운 것이었다. 그녀는 몇 주 동안 근심에 휩싸여 전화선 끝에 매달려 살았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무리가 없었기 때문에, 뒤따라 발생한 이처럼 심각한 이상징후를 물리적으로는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상냥한 사람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되어 갔다. 그런데 성격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얼굴 표정도 변했다. 점점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닮아 갔다. 이어서 이상한 일이 뒤따랐다. 나편의 염증성 척수병변inflammatory spinal lesion으로 죽었는데, 이 병은 문제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척추에서 뻗어 나오는 신경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손과 팔, 특히 한쪽 손과 팔에 통증이 나타난다. 남편과 정확히 일치하는 위치에, 그녀에게 심각한 신경염이 발생했다.
<사이킥 셀프 디펜스> 06.귀신들린 사람, 장소, 물건 발췌
다이온 포춘 지음/정은주 옮김/좋은글방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