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타로카드와 이름짓기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짓기’에 골몰합니다. 이 아이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 따져가며 정성스럽게 이름을 짓지요. 이름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나의 것’ 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름은 많이 불려야 의미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름은 그 대상을 대표하는 일종의 통합 상징입니다. 일이 잘 안풀리거나 뭔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싶을 때 우리는 이름을 바꾸지요. 사람이라면 개명을 신청하고, 회사라면 상호를 바꾸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성경 속 아담

옛 사람들은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그 존재를 표현했습니다.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가장 어울리는 이름으로요. 보편법칙에 따라, 문자-소리-언어의 조합은 ‘이름’을 형성합니다. 이름을 통해 그 ‘의미’를 곱씹고 숨은 내용을 점점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 ‘이름짓기’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에서도 빠지지 않습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은 신에게 온갖 사물에 이름을 짓는 권능을 받았습니다. 이는 인간의 권위에 대한 비의이기도 합니다.

신의 이름, 요드-헤-바브-헤

비의 체계에서는 ‘이름’을 아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엑소시스트 영화에서 구마신부가 끊임없이 악마의 이름을 묻는 것처럼, 이름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서양마법철학-카발라에서는 ‘신의 이름’이 힘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죠. 타로도 그렇습니다. 타로에서 말하는 마법사, 여사제, 황제, 연인이란 이름은 ‘숫자 3’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우리에게 쉽게 와닿습니다. 한 두번 쯤 들어본, 어린 시절 동화 속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느낌마저 주지요. 그래서인지 처음 타로를 접하면 사람들은 각 등장인물들의 속내가 궁금해져서 그 매력에 쉽게 빠져듭니다. ‘문자’를 통해 지어낸 이름의 힘은 이토록 대단합니다.

마법사 타로의 다른 모습들

타로에 새겨진 그림은 이름에 따라 의미를 더욱 확장합니다. 타로의 버전마다 조금씩 그림이 다른 형태를 띠는 것은 그런 이유죠. 마법사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신비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황제라면 어떤 고뇌를 가지고 있을지, 악마라면 어떤 웃음을 지을지 상상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기준점을 가지고 의미를 확장하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될 것이, 타로에 새겨진 이름과 그림은 각 힘을 표현하기 위한 ‘꼴’이라는 것입니다. 타로의 그림이 인간의 형태를 취했다고 해서 한 명의 인간 자체로 이해해서는 곤란해집니다. 지도를 보는 것과 그 지역에 직접 가보는 것이 다른 것처럼요. 각 존재의 문자-소리-언어는, 이는 실제 힘을 ‘모방’한 형상입니다. 가장 고차원적이고 단순한 원리에서부터 우리가 와닿기 쉬운 저차원적인 이미지까지의 과정을 모두 담은 것이죠. 우리는 그 속성을 분류하며 실재하는 힘을 ‘유추’해야 합니다.

72가지 이름들. 쉠함메포라쉬

이렇듯,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순서가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점성학 차트를 보고, 사주팔자의 오행을 따지며 이름을 짓는 것처럼, 각각의 힘을 가장 올바로 표현하고 뻗어나갈 이름을 짓는 것이 이치에 합당합니다. 물론 그에게 ‘딱 맞는 이름’을 짓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아주 단순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고대인들은 자연을 관찰하며 이 작업을 세심하게 진행했고 신의 속성을 층위별로 연구했죠.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에게 전해오는 비의 체계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이를 알기 위해선, 우주보편법칙인 (+)와 (-), 창조-유지-파괴의 흐름을 알고, 이 힘이 일곱으로, 열둘로 변화하는 순서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힘의 첫 호흡, 자라나는 과정, 마지막 모습도 가늠하는 것이죠. 타로에 붙은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로를 공부할 때 마이너 아르카나를 먼저 공부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숨어있습니다.

타로카드 마이너 아르카나-네 가지 에이스 카드들

오히려 ‘마법사’, ‘별’ 같은 메이저 아르카나의 이름은 우리에게 와닿기 쉬운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표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원칙의 조합이 만들어낸 구체적인 산물이죠. 이를 바르게 알려면 마이너 아르카나의 객관적인 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즉, 1에서 10까지의 숫자, 각 4원소의 힘, 4위계 왕-여왕-왕자-공주에 해당하는 ‘기준이 되는 포인트’입니다.

결국 한 장의 카드에 그 모든 과정이 함께 나타날지라도, 그 순서는 유효합니다. 우리가 사람 이름을 지을 때, ‘성’을 빼놓지 않는 것처럼요. 이는 자기 자신의 뿌리를 밝히는 것과도 같습니다. 고정된 상징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지표가 되기도 하고요. 수축하고 확장하며 끊임없이 원칙을 고수하는 힘입니다.

이렇듯, 타로는 우주보편법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점을 본다면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이 사나운 힘인지, 온순한 힘인지 검증해 볼 수 있습니다. 삶의 어떤 순간에서 한 카드가 생각날 정도로요. 다시 한번 내 안에서 일어나는 확장입니다. 또는 패스워킹을 통해서 직접 타로카드의 세계로 들어가 각 힘과 소통할 수도 있죠. 비의적 경험입니다. 마법 작업을 하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온전히 타로에 새겨진 힘을 나 자신도 끌어와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점이 잘 맞는 것은 물론이요. 타로가 점 도구를 뛰어넘은 종합마법도구로 발전하는 순간이지요.

우리는 옛 사람들의 방식대로 타로를 공부해야 합니다. 음과 양, 창조-유지-파괴의 호흡에 대해 알고 일곱 행성과 열두 별자리의 힘을 온전히 배치하는 것입니다. 모방의 개념과 문자의 숨은 의미, 힘의 올바른 순서를 알고, 유추를 통해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이렇듯, 연구와 체험을 통해 우주보편법칙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죠. 타로의 본질에 대해 알아가는 것,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