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적 균형을 얻기 위해서는 육체와 혼과 영을 동시에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라. 한쪽으로 치우친 훈련이나 계발이 위험하다는 것은 앞에서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p. 82. <헤르메스학 입문>
의자에 편안히 앉거나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온몸의 긴장을 푼다. 5분 동안 눈을 감고 떠오르는 생각을 가만히 관찰하라. 그리고 떠올랐던 생각을 모두 다시 돌이켜 보라. [중략] 생각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고요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이 훈련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어렵다고 느낀 사람은, 생각의 맥락과 시각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관찰해야 한다. p. 84., Ibid.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성급하고 경솔하게 수행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도록 하라. [중략] 주위 깊은 사람은 눈치를 챘겠지만, 처음에는 마치 생각이 자신을 포위하는 듯 할 것이다. 생각의 흐름이 너무 빨라서 하나하나 기억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훈련을 반복할수록 혼란이 덜해지고 생각의 흐름도 조금씩 누그러져서, 결국에는 몇 가지 생각만이 먼 곳에서 날아온 듯 의식 속에 겨우 나타나는 정도가 될 것이다.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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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학 입문> 제1단계 영훈련의 첫걸음. “사고제어” 에 관한 개괄적 설명이 씌어 있습니다. <수학의 정석> 교재 속 「집합」 파트를 펼친 기억을 돌이킨 듯 눈에 선하나요? 수많은 필자국과 함께 손때 묻은 종이 면면의 질감처럼 일종의 향수를 자극하나요? 팔림프세스트Palimpsest 와 같이 덧바른 몽상 한가운데 침잠하지 않는 건 번뜩이는 마법적 순간의 지점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발견하고 싶기 때문이겠죠. 마스터 바르돈 체계에서 제일 첫 훈련으로 꼽는 필연적인 이유. 한순간 수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생각의 흐름을 좇든 점점이 잇는 단상을 에두르든, 가 없다고 체감하는 생각의 범위를 구획 짓는 확실한 방법론은 “사고제어” 에 있습니다. 이러한 관찰 방식은 지극히 마법적인 채 명료하게 다가올 따름입니다. 전공강좌 [영훈련: 사고제어] 개요에서 서술하듯이, 사고제어는 “기억의 방, 내면의 성소, 바로 당신의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능력” 이 됩니다. 그저 한걸음 물러서서 일찌감치 지켜보는 행위가 마법적 토대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니! 이러한 사실을 믿을 수 있나요? 제 한 몸 펼친 수행자를 바로 세울 적극적 사고행위를 따라가 보면, 마스터 바르돈이 거듭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로소 인식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생각을 컨트롤하는 것’에 무게 중심이 놓여 있는 것이죠.
그 까닭에 ‘생각’ 을 겨냥하는 <헤르메스학 입문>의 목차로부터 마스터 바르돈 수행 체계의 골자를 발라낼 수 있습니다. 이미 ‘영/혼/육의 순서대로 수행을 하는구나!’ 하고 재빨리 눈치 챘을 독자 분도 계실 테지요. 그의 영/혼/육에 관한 탐구와 함께 제시하는 수행의 얼개에도 이와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테니까요. 소우주 인간의 3겹 몸 구성은 대우주와 다를 바 없이 그대로 내 안에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습니다. 조밀한 영에서부터 조악한 육에 이르기까지의 현현의 여정을 찬찬히 떠올려 보십시오.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라는 금쪽 같은 정언을 다시금 마음 속에 아로새기며 빛나는 숙고를 이어갈 때입니다.
<헤르메스학 입문>, 2008
프란츠 바르돈 · 좋은글방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