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 겹의 본성과 현현에 관하여

각 경로의 본질은 두 개의 세피로트를 연결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어떤 경로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명나무 위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피로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세피라를 단일한 계에서만 고찰하면 그 세피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하나의 세피라는 각각 네 겹의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신성한 10세피로트는 카발라의 4계와 각각의 접점을 갖고 있다. 아찔루트계에서 10세피로트는 열 가지 거룩한 신의 이름을 통해 현현한다. 다시 말해서 ‘위대한 미현현자’ 가 왕관 뒤에 드리워진 ‘음존재의 세 겹 베일’ 을 뚫고 열 가지 서로 다른 측면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 열 가지의 측면은 히브리 문자에서 ‘신성’ 을 의미하는 열 가지 이름으로 표현된다. [중략]

브리아계에서 신성의 방출은 열 명의 위대한 대천사를 통해 나타난다. 대천사의 이름은 의식 마법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이름, 즉 ‘힘의 단어’ 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차 지워지고 변형되었는데, 그 자취는 “소환술을 위한 이방 세계의 이름으로, 한 글자도 바꿀 수 없다” 는 중세 마법의 기록 안에 남아 있다. [중략]

예찌라계에서 신성의 방출은 단일 존재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존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이 존재들을 가리켜 ‘천사 군단’ 혹은 ‘천사단’ 이라고 부른다.

앗시야계는 세피로트적 관점에서 정확하게 말하면 물질계라기보다는 낮은 수준의 아스트랄계 또는 에테르계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스트랄계와 에테르계가 함께 물질의 바탕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질계에서 신성의 방출은(적절한 이름을 붙이자면) ‘열 개의 먼데인 차크라’ 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먼데인 차크라라는 현현 센터는 인간의 몸 안에 존재하는 센터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차크라는 제1동력원 또는 최초의 소용돌이이며, 황도대 위의 12궁이고, 7행성이자 4원소다. 열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 그 자체로 전체를 의미한다.

다이온 포춘 지음, <미스티컬 카발라>, 좋은글방, 2009. 51-53쪽. 본문 발췌

*

카발리스트의 사유방식 가운데 하나. ‘4계’에 초점을 맞춰 이해를 도모하자면 이와 같은 서술에 따릅니다. 현현의 4계는 아찔루트-브리아-예찌라-앗시야를 뜻합니다. 아찔루트Atziluth는 원형계Archetypal World로 방출Emanation의 세계이자 신성의 세계입니다. 브리아Briah는 창조계the World of Creation로 쿠르시야, 즉 권좌의 세계입니다. 예찌라Yetzirah는 형성계the World of Formation로 천사들의 세계입니다. 앗시야Assiah는 작용계the World of Action로 물질계입니 다. 카발라에서 말하는 네 겹의 본성은 이처럼 한데 묶인 것을 풀어내 다시금 인식하는 문제입니다.[1]

‘현현’ 이란 연대기순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차례로 진화해가며 나타나는 서로 다른 국면을 인식”하는 공시적인 방출을 뜻합니다.[2] 대우주가 이 세피라에서 그 다음의 세피라로 확장하는 진화의 문제. 그 이전에 전제되야 할 대립자를 가리키는 문제이기도 합니다.[3] 현현의 의미 및 전제 조건으로 하여금 네 개의 존재 형태, 즉 존재계를 바로 아는 것입니다.[4] 마찬가지로 카발리스트의 인식은 현현의 4계의 성립으로 말미암아 “현현되지 않은 그 이전의 세계 즉, 음존재의 3계를 인식”[5] 하도록 만듭니다. 이윽고 수렴될 케테르를 비로소 인식하는 것이지요.

네 겹의 본성의 인식은 다시 4계의 현현으로 또 다시 3계의 미현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근원적인 탐구가 됩니다. 곧바로 직관할 수 없는 대상을 논할 때 견지하는 바로 그 상대성을 말할 때입니다. 지극히 추상화된 영역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소우주 인간의 정신 가운데 오직 ‘상징’ 으로 읽히기를 꾀합니다. 그림문자이면서 복합적인 상징의 형태인 에쯔 하임 즉, 생명나무는 10개의 신성한 세피로트와 이들 사이를 잇는 22경로로 짜여 있습니다.[6] 다이온 포춘이 말했던 “오성의 싹을 틔우는 생각의 씨앗”[7]이 구체적인 깨달음의 형태로 뻗어 나가는 확장의 전 과정을 아우르듯이, 상징의 힘은 네 겹의 본성으로 해체하여 인식하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전 세대에 걸친 연구자, 모든 입문자, 그리고 일부 깨달음을 얻은 자들이 영적 진보와 마법 수행의 도구로 일궈온 체계”[8]인 것입니다.

<미스티컬 카발라>, 2009
다이온 포춘 · 좋은글방 펴냄


[1] 다이온 포춘 지음, <미스티컬 카발라>, 좋은글방, 2009. 51쪽. 참조.

[2] Ibid., 71쪽.

– 매더스의 말을 인용한 다이온 포춘이 제시하는 도토리 열매와 도토리나무의 상관 관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잠재와 반영의 상태를 가늠하는 뜻이기도 하다.

[3] Ibid., 78쪽.

– 블라바츠키가 제시한 관념 중 현현의 전제 조건을 말한다.

[4] Ibid., 71쪽.

– 다이온 포춘의 말처럼 “특정한 존재 형태의 본질적 속성, 즉 현현의 토대를 알기 위해서는 각 세피라의 원초적 형태를 명상하면서 상응하는 세피라를 찾아야 한다.”

[5] Ibid., 61쪽.

– 음Negativity 으로 번역된 이 ‘없음’ 에 관한 인식은 곧바로 설명하기 어려운 ‘있음’ 또는 ‘존재함’ 단계 이전의 존재 형식을 상정함을 뜻한다.

[6] Ibid., 67쪽. 참조.

[7] Ibid., 65쪽.

[8] Ibid., 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