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나눔] 연금술개론 과제: 박상륭의 무소유 해석(4/4)

▶ 본 지식나눔글은 <연금술개론> 수업 중 텍스트로 함께 읽은 박상륭의 <무소유> 속 ‘가장 감명깊은 대목을 연금술적으로 해석하기’ 수강생 과제제출물 중 우수작입니다.

– 中略 –

………않는다… 않는다… 않는다고? 그러니까, 시동이가 어부왕을 위해 문잘배쉐를 떠나, 조석(朝夕)으로 새를 좇아 떠날 적에, 어부왕은“(내심)아야!”한 고통 속에서 시동이 꿈을 꿨는데, 불새, 아니 불사조가 꿈 을 꿨는데, 왕 자리 즉위 전 수련 떠난 기사 試補 시절, 제놈이 풋나기였던 시절이 떠올라, 옆구리 갈비에서 뻘건 피가 찔끔쨀끔 새나가는 중에 도, 찡그린 상판 중에도 뚫린 아가리에서는 코웃음이 푸슥 새어나오기에, 일관 근엄한 표정으로 참배하는 열성자들 보기에도 민망했던지, 더 깊은 선잠을 청하기로 하되, 수면이 깊어질수록 불새, 아니 불사조는 몹시 하강하여 비행하는 바, 마녀에게 놀아나고 위사도에게 조리돌림당한 (左마녀엔 右사도가 도사리고 右사도엔 左마녀가 매복했지, 돌아오고 싶은행려자는왼쪽길을가고돌아오고싶지않은행려자는오른쪽길을갈지니!) 시동이가 보면 아직 까무러칠까봐 흰 비둘기로 깃털을 위장하여 지켜보기로 하던 중에, 네놈이 선돌에서 마주친 은 사실 환쟁이(환 치는 마녀년과 僞詐道)가 머리-꼬리를 문 뱀-독룡의 解剖圖를 글로 書藝한 地圖로, 시동아, 너는 지금 몸뚱이 를 탐험하는 중이로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문잘배쉐가 그 대가리, 아니 꼬리, 아니, 대꼬리거든, 하여튼 지 애비 소싯적이랑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때에 똑같은 짓을 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더라니, 우습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고, 퍽 서글프기도 해서, 잠든 중에도 울고 웃는 소리로 코를 골다가, 혹여 아들내미 들을까봐 독뱀에게 새발 물려 신음하는 비둘기맨치로 썌액썌액 소리를 낮추는데, 사람 그리운 얼굴을 한 시동이가 마려운 오줌을 누려고 북명(北溟) 쪽 큰 하늘을 겨냥하는 중에(사지 후토, 한조각한모금 고수레도 하지 않았으니 중년 위사도의 뱃살만큼 차 오른 오줌보) 흘끗 소리 죽여 활공하는 새기척을 감지한 것 같아, 아니 코 고는 소리를 들은거 같아, (어부왕도 풋나기 試補 시절 어부왕아버지 코 고는 소리를 들었거든, 그때 싼 건 터진 오줌이 아니고 새똥 같은 변 비똥이긴해), 이젠 때가 됐다 싶구나 했는데, 왜냐면 예전에도, 그러니 까 몇 날, 몇 주야, 몇 달, 몇 성상, 또는 몇 세기 전에도 이때 쯤이었거 든, 뽐나는 신발 뒷축이(독룡에 물린 뒷꿈치 주제 신발이 무슨 소용이겠느냐만은) 딱 요정도 닳았을 때 였거든(더 걸을 필요도 없을 때 였거든), 마지막 잠꼬대를 하고는 잠에서 깼다. 

中略 중 中略 –

울다 잠든 시동은, 감람잎인지 만나인지 빵떵이인지를 시동의 정수리에 던져주던 그 비둘기가, 꿈결(夜談集‘봄뜰 낮잠에 든 늙은네와 나비의 꿈’, 位四徒 著)이라서 그런지, 비둘기가 희여보이진 않고 자꾸 흰색 아닌 색깔로 보이기에, 몽夢 중에도 양손으로 얼굴을 연신 비빔비빔 해 댔는데, 왠걸, 눈두덩이 들어찼던 곳에는, 항-솨, 항-솨, 바람소리만 나는 구녕 말곤 아무 것도 없으며, 비빔비빔 해대던 바른 편 손으로 그 구 녕을 헤집으니, 살점이 아니라 삐쩍 꼴은 손뼉다구의 감촉만 느껴지더라니, 비둘기는 제 깐에 그 뼉다구가 무슨 천년 묵은 재나무의 나뭇가지인 줄이나 알았나봐, 어느새 송곳니 상처난 새발 두발로 슬며시 앉더니만, 갑자기 흰색 아닌 색깔로 활활 타오르더니만, 이젠 없는 눈두덩이로 구 경하는 불장난이 신기한 와중에도, 저 새가 던져준 감람잎인지 만나인 지 빵떵이인지가 습하구 찌는 날씨 덕에 상해버려가지구는(설마 일부러 그러셨을라구?),시동이가 그걸 먹어가지구는 지 몸뚱이가 이렇게 썩어 버렸는지 의심하는 와중에도(진짜 일부러 그러셨을라구!), 문잘배쉐서 여즉 신음하는 어부왕을 떠올리며, (열기로 메말라 버린)이젠 없는 눈두 덩이에서 새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타버리고 재 대신 남은 저 붉은 깃털 하나, 살포시, 공동(空洞) 깊숙히 집어 넣어 눈물을 닦다가 (빈 골통이라, 물이 인두강 너머까지 차올라 구석구석 닦아야했거든),‘썩 어빠진 해골바가지, 내 골통을 둥지 삼아 새 한마리 다시 태어나면 좋으 련만! 활활 타오르는 속에서 활강하면 좋으련만! 그리 되기만 하문, 내 골통 따윈 벌겋게 달구어져도 좋으련만! 참말로 그리 되기만 하문, 내 벌게진 골통이나마 발톱에 꿰어 문잘배쉐 계신 우리 어부왕 앞前에 던져 주면 좋으련만! 모든길은그러나시작끝에물려있음을!’마지막 잠꼬대를 하고는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