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 속 4원소 묘사는 흥미롭습니다

개봉한지 3달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보게 된 ‘엘리멘탈’! 영화관에서 못 본 것은 아쉽지만 다행히 디즈니플러스 덕택에 안방극장에서 해결할 수 있었네요. 예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생각나게 하기도 합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격이 분명하거든요. 불은 불답게, 물은 물답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세계관에서 불과 물의 연애담은 어찌보면 당연한 클리셰일지도 모릅니다.

주토피아가 생각나기도 하는 4원소왕국 : 엘리멘트 시티

주목할 것은 4원소가 모여사는 ‘엘리멘트 시티’의 모습이었죠. 어쩌면 정말 4원소 왕국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실제 영상으로 만들어 준 것만 같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엘리멘트 시티에서는 각 원소별로 모여서 삽니다. 주인공인 ‘앰버(잉걸불)’은 파이어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랐지요. 영화를 자세히 보면 각 원소들끼리의 갈등도 만만치 않죠.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고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는 <헤르메스학입문>에서 프란츠 바르돈이 4원소왕국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도 일치하지요.

원소의 왕국은 우리 물질계와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능력 없이는 그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동일한 종류의 원소 존재끼리만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는 새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원소존재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으며, 오직 동일한 원소끼리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헤르메스학입문> p.390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두 주인공이 만난 만큼,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합니다. 물과 불이라는 상극인 두 주인공의 거리감이 좁혀지고 서로에게 ‘맞춰지는’ 과정도 흥미롭고 주인공 불-앰버의 성장도 눈여겨 볼 포인트였죠. 마지막에 앰버가 아버지에게 큰 절을 하는 장면은 영화 곳곳에 한국적 요소들을 집어넣었다는 한국계 감독의 인터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4원소의 성격적 기질도 (조금은 유치하지만) 작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불원소의 대표적인 악덕은 격정과 성급함, 파괴적 성향입니다. 주인공 앰버도 계속 사건에 휘말리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분노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신 불원소의 부지런함 덕분에 아버지의 가게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요.

두번째로 또 다른 주인공인 물원소-웨이드는 동정심이 많고 헌신적입니다. 하지만 너무 감성적인 나머지 의기소침해지거나 수줍어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기도 하죠. 부드러운 성격 덕분에 앰버와의 매치가 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로 웨이드의 상사 공기원소-게일은 변덕이 매우 심합니다. 쾌활하면서도 낙천적이지만 금방 모욕감을 느끼고 수다벽을 보이지요. 엘리멘트 시티의 큰 사건을 살짝 정신없게(?) 해결하는 공무원이기도 합니다.

네번째로 끊임없이 앰버에게 구애하는 흙원소-클로드. 그에겐 좌절따윈 없습니다. 흙원소의 특징 중 하나지요. 끝없는 인내심! 하지만 자기과신이 심한 나머지 앰버의 사랑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각 원소들이 섭취하는 음식, 각 캐릭터의 이름, 각 원소들이 가진 능력으로 물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어떤 환경에서도 피어나는 기적의 꽃 비비스테리아 등 헤르메스학-연금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몇번이고 무릎을 칠 소재들로 가득했습니다. 옛 연금술사들이 이 4원소 개념을 두고 어떤 고민을 했을지 떠올리게 했지요.

서로 접촉을 두려워했던 두 주인공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을 때 기적처럼 조화를 이룬 모습이 특히 그랬습니다. 전체적인 서사는 조금 아쉬웠지만,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고 생동감이 넘쳐 ‘진짜 4원소왕국은 저런 느낌일까?’를 상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놀라워요. 디즈니-픽사!

4원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헤르메스학입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