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

서로 다른 저자나 시대, 심지어 동일한 저자의 여러 저작에서, 어떤 용어나 상징이 한 가지 의미로만 쓰였다고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 먼저 특정 상징이 특정 연금술사의 특정 과정이라는 맥락 안에서 갖고 있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상징이 갖는 다른 용례나 의미를 배우려고 해야 한다.

연금술이란 단어가 주는 신비감. 수많은 학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지요. 최근에는 심리학적인 방향으로 연금술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위대한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칼 융Carl Jung의 영향도 부정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물질적 금을 만들어내는 작업과 정신적 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둘로 나뉠 수 없습니다. 이 둘은 하나이며 서로가 서로를 서포트하는 상보관계相補關係에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술 공부는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우선은 복잡한 용어정리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중세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paracelsus가 정립한 개념인 ‘황-염-수은’의 개념을 실제 화학원소인 황S, 염(소금)NaCl,수은Hg으로 이해했다가는 고대 중국의 진시황처럼 수은을 마시다가 요절할 수도 있겠지요. 아름다운 연금술 삽화도 난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서로 같은 용어와 기호를 사용했지만 숨은 뜻은 전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시대, 지역, 철학, 종교 등에 따라 다릅니다. 각 텍스트와 삽화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어떤 연금술사의 말인지, 또 그 텍스트나 실천이 어떤 맥락에서 발원하게 되었는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즉, 맥락context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지요. 브라이언 코트노어의 <연금술개론>에서는 연금술사들이 어떻게 비의를 감추었는지에 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1. 한 가지 물질을 가리키는 데 여러 이름을 사용하기

연금술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녹색사자Green Lion는 정말 다양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연금술사는 녹색사자를 휘안석stibnite(안티몬)으로, 혹은 황산염vitriol으로, 연금술 작업에서는 비리디타스Viriditas라는 과정을 서술할 때 사용합니다. 이 모든 경우 각자의 맥락에서 적합하게 용어를 채택한 결과물입니다. 연금술을 공부하려면 어떤 용어가 해당 상황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2. 여러가지 용어를 써서 한두 가지의 물질을 반복하여 서술하기

연금술사들은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한 두 가지의 물질을 다양하게 서술하는 방법도 애용했습니다. 수많은 용어의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기 딱 좋지요. 혼란에 빠지지 않고 특정 상징이 특정 연금술사의 특정 과정이라는 맥락 안에서 의미하는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같은 상징이 서로 다른 언어나 국가,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보면 그 상징의 핵심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변성의 소중한 비밀지식을 감추기 위한 암호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밀가루를 ‘케레스Ceres의 열매’로 표현하거나, 이스트를 ‘포도에 내려앉은 가루’로 표현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연금술을 공부하려면 상식과 신화적 지식이 풍부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3. 열 가지 쯤 되는 재료를 필요로 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서너 가지만 쓰기

교묘한 방법이지요? 하지만 카발라와 연금술의 원리에 익숙해졌다면 ‘상응법칙’에 따라 비슷한 속성의 힘을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같은 속성의 재료라면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연금술의 매력입니다. 가끔은 너무도 중요한 재료 한 가지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수사적 기법을 활용하여 보여주는 방식도 떠올릴 수 있겠지요. 시적인 운율까지 살린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4. 참인 문장을 감추기 위해 진짜를 말한 다음 그것 자체를 부정해버리기

“여기서의 수은은 일반적 의미의 수은이 아닌 현자의 수은을 말한다.”라는 문장을 읽어봅시다. 우리는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상정해야 합니다. 현자의 수은이 참인 것은 물론이요, 일반적 수은과 현자의 수은 모두가 참일 가능성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각각 참일 가능성을 탐구하고 분석한 다음 추론해야 하지요. 어떤 텍스트에서는 원래의 문장이 사실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원래의 문장과 반대로 해석해야 맞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계속 읽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어떤 저작으로부터 참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방대한 분량의 참고문헌들을 읽은 다음 문제의 저작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매번 그 텍스트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요, 실천과 더불어 행하면 연금술의 본질에 서서히 다가가게 된다.

기호는 줄임말과 비슷합니다. 기호를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체계를 알고 있어야 하지요. 즉, 열쇠를 쥐고 있지 않은 사람은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서양마법, 서양연금술의 기본적인 체계는 카발라입니다. 연구하고자 하는 텍스트나 저자의 세계관에 맞추어, 나타내고 싶은 변성의 과정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포착해내는 것이 연금술을 공부하는 사람의 능력이겠죠. <연금술개론>의 저자 브라이언 코트노어는 유명한 연금술 격언 ‘Ora lege lege lege relege, labora et Invenies(기도하라. 읊고, 읊고, 읊고, 다시 읊고, 작업하라. 그러면 발견하리라.)’을 살짝 비틀어 설명합니다. 과정상 실패가 있더라도, 실제로 작업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결과물을 하나하나 얻어갈 수 있겠지요.

연금술의 길을 걷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은 읽고, 다시 읽고,
명상하고, 숙고하고, 실제 작업하는 것이다.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