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소환마법실천> 책 머리에

책 머리에

오랜 시간에 걸쳐, 특히 지난 수 세기 동안 고급마법의 기법과 관련된 장황한 논문들이 많이 발행되었다. 그러나 이 논문들은 실천적 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거의 쓸모가 없다. 활용한다 하더라도 단편적 조각들이나 골라 써야 할 만큼 허접한 것이 대부분이다. 원래의 진짜 마법은 롯지의 내부자에게만 전수되었다. 마법은 특별히 선택된 사람만을 위한 것이었다. 작은 정보라도 아쉬워 부지런히 찾아 다니는 구도자에게, 이 분야는 여전히 암흑 속에 감춰진 신비의 영역이었다.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종교가 마법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나타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종교재판일 것이다. 한편 현대에 이르러 마법은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되었으며, 이 지식에 약간이라도 호의를 보이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마법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과거에 신비주의자들이나 그 밖의 분파들이 마법을 너무 심하게 비방했던 탓에, 오늘날까지도 마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좋지 않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마법에 관심을 갖거나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은 무조건 흑마법사로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사실 진짜 마법은 맨 처음 고대의 예언자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마법을 공부하는 특권은 최고의 상류계층에게만 허용되었다. 극소수의 선택된 내부자만 이 가르침에 접근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책이라고는 겨우 몇 권 안 되는 것뿐이었으며, 그것도 불충분한 조각 정보를 보여주는 정도였다. 아무리 눈치 빠른 독자라 해도 거의 또는 전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저술된 것들이었다. 이런 식으로 구도자들이 마법에 절대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 비의에 따르면 고위 여사제가 두 번째 타로카드 비의를 대변한다. 광신적 신앙이나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진지하고 성실한 독자 또는 마법 학도가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나 스스로 기꺼이 안내자를 자처할 것이다. 조언하건대, 이제 마법지식의 비의, 즉 헤르메스학에 더 깊이 파고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나의 첫 책 <헤르메스학 입문>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 명료한 말로 설명할 것이다. 사실 소환마법이라는 분야는 거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더러, 연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분야다. 따라서 이 책을 쓸 때 이 분야에 대해 이론은 물론 실천적으로 친숙해지게 하려고 노력했다. 단, <헤르메스학 입문>의 8단계까지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소환을 실행한다 해도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러나 <헤르메스학 입문>의 실천편을 모두 제대로 훈련한 독자라면, 이번 책에서도 동일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다. 일단 비의적 학문을 이론적으로만 연구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흡족할 정도로 지식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바르돈

<소환마법실천> 14쪽, 책 머리에. 全文
프란츠 바르돈 지음/정은주, 박영호 옮김/좋은글방 펴냄